"평균만 팔면 자동 승진시켜달라"는 현대차 노조

'영업직 자동승진' 임단협안 논란

타 직군은 적체 많아 형평 어긋나
직영점 제한도 요구…'월권' 지적


[ 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 노조가 2015명 임금·단체협상에서 영업직군 자동 승진제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노조 내 판매지회(영업직 노조)의 요청에 따라 ‘직급 누적 연차별 자동 승진제’를 포함시켰다. 정규직 영업사원이 직급별로 일정한 근무 연한과 판매 대수를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영업직 신입사원이 4년간 100대를 팔면 자동으로 주임이 되고, 주임이 2년간 50대를 팔면 또 자동으로 대리로 승진하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영업직 조합원 평균 연령이 47세를 웃돌 정도로 높은 편이고 인사 적체가 심해 자동 승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직원 평균 연령(작년 3월 기준)은 영업직과 기술직이 47.1세로 가장 높고 정비직이 46.6세로 그 다음이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승진 기준이 되는 판매 대수를 직군별 평균 판매량에 맞췄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직 차장의 평균 판매량은 56.4대로, 4년간 평균을 맞추면 225.4대가 ?승진 기준인 ‘4년 224대’를 채울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직군도 승진 적체가 심해 2~3년 누락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균만 맞추면 자동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자동 승진제와 함께 ‘직영점 수 제한’도 요구안에 넣었다. 2017년까지 전국 직영점 수를 455개(2007년 수준) 이하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현대차 국내 판매조직은 영업직이 일하는 직영점과 별도 법인인 대리점으로 구분된다. 현재 직영점 수는 440여개로 455개를 밑돌지만 노조가 상한선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월권이란 지적이 나온다.

영업직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현대차 안팎에선 2000년대 들어 10년 가까이 국내 시장점유율 45% 이상을 유지하면서 영업직 근로자들이 ‘도전 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최근 현대차 점유율이 크게 낮아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신형 투싼 효과로 40%를 반짝 회복했던 4월을 빼곤 올 들어 계속 40%를 밑돌고 있다. 대리점 직원의 연평균 판매 대수는 2009년 4.9대에서 2013년 4.7대로 소폭 감소한 데 비해 직영점 직원 연평균 판매 대수는 같은 기간 4대에서 3.4대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일 올해 임단협 1차 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국내외 생산량 노사 합의로 결정,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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